2010. 6. 21. 13:35
윤도현 밴드의 명반 '한국 록 다시 부르기'. 여기서 우리 대중음악의 록 명곡들을 자신만의 지글거리는 묵직한 사운드로 표현해낸 기타리스트가 있었다. 유병열이다. 그의 기타는 정통 록음악의 힘찬 에너지 위에서 그야말로 포효했다.
그리고 '안치환과 자유'. 이 밴드에서 사회성 짙은 노래를 밑바닥에서부터 록음악의 분명한 비트로 뒷받침한 드러머. 나성호다. 유병열과 나성호는 사람들에게 낯설지 모르지만 음악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베테랑 음악 고수들이다.
두 사람은 윤도현 밴드와 '안치환과 자유'에서 탈퇴한 뒤 의기투합한다. 2002년 만든 밴드 '비갠후'는 결성 때부터 실력파 밴드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무려 7년만에 두 번째 음반이 나왔다. 잊히고 있는 정통 록음악을 탁월한 테크닉과 세련된 사운드로 다시 불러들인 연주는 일품이라는 평가다. 비갠후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 2집 음반 발매기념 공연을 갖는다.
·정통 록음악의 부활 선언
비갠후를 알려면 이 음악의 한 소절을 들으면 될 터.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 나왔던 노래 '다시 사는 거야', 그리고 KBS TV 예능프로 '장미의 전쟁'
마무리 주제곡으로 쓰였던 '소망'. 1990년대 대학가에서 이름을 알렸던 밴드 천지인과 메이데이의 음반 제작에 참여했던 유병열은 윤도현 밴드에서
2~4집 음반을 함께 만들었다. 그는 기타 연주와 작곡 실력까지 과시했는데, '가리지 좀 마' '철문을 열어' '먼훗날' 같은 히트곡은 모두 그의 솜씨.
유병열과 나성호가 잘 나가던 윤도현밴드와 안치환밴드를 박차고 나온 것은 하고 싶은 음악을 맘껏 펼치려는 꿈 때문이었다. "지금 한국의 록음악들은
무늬만 그럴싸할 뿐입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정통 록을 부활시킬 겁니다."
이런 다짐으로 본격적인 재개의 신호탄으로 쏘아올린 것이 새 앨범 '시티 라이프(City Life)'다. 4인조였던 비갠후가 유병열 나성호와 함께 김길중(보컬) 장재혁(베이스) 광기(건반) 등 5인조 록밴드로 부활한 뒤의 야심찬 결실이다.
·7년만의 새 앨범
지글거리는 전기기타 연주가 차고 나가는 첫 곡 '시티 라이프'와 강력한 록 음악의 질감이 살아 있는 곡 '파이터'에서 이들의 분명한 색깔이 드러난다.
다른 가수들의 음반 세션 연주에서 다소 자제해 왔던 연주력은 마침내 폭발하고 있다. 귀에 감기는 서정적인 선율도 좋은데, 그러나 발라드 형식의 '소망Ⅱ'에서조차 록음악의 굵은 선은 선연하다. "정통 록의 형식미를 되살리고 거기에 야먕과 분노 같은 고전적 지향을 새기고 싶었다"는 이들의 말 그대로다. 새로 들어온 보컬 김길중을 발견한 것도 수확이다. 그의 목소리는 20대 초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친 힘과 함께 자유로운 감성이 꿈틀거린다.
연주의 형식미뿐만 아니라 노랫말에서도 솔직함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머니' '사이버 피플' '깨어나 일어나'의 노랫말은 자본주의 사회의 소외를 질타하는 메시지. 그것은 고단한 삶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면서도 비상의 의지를 잃지 않는 곡 '드리머'에서 희망으로 승화한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블루스의 향취가 강렬한 정통 하드록의 향연.' 이 음반에 내려진 대중음악 전문가들의 대략적인 평가다. 비가 내린 뒤 맑게 갠 날의 개운함과 말끔함이 있다. 밴드 이름이 그래서 절묘하다.
이번 부산공연에서는 부산 밴드 '신디케이트' '판다즈'와 서울 밴드 '가시'가 게스트로 나온다. ▶비갠후 2집 앨범 발매기념 부산공연=26일 오후 7시
인터플레이. 051-517-4773. (부산일보 김건수 기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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